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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족, 노동자-중소상인-청년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 제품 집중 불매운동 돌입을 선언하고 있다.
▲ "옥시 OUT"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족, 노동자-중소상인-청년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 제품 집중 불매운동 돌입을 선언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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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2016년 5월 11일]

어이없는 변명에 여론이 들끓었다. 옥시는 "폐 손상은 황사, 꽃가루 때문"이라는 의견서를 지난해 말 검찰에 제출했다. 피해자들의 폐 손상을 일으킨 원인은 다양하고 그 중 하나가 본사의 가습기 살균제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옥시가 '책임 돌리기'에 적극적일수록, 옥시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더 해 갔다. 피해자가 주로 어린이, 임산부라는 점은 여론을 움직이기 충분했다. 그렇게 옥시는 '공공의 적'이 됐다.

검찰 수사가 옥시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살균제 판매량으로 보나, 피해자 규모로 보나 옥시가 단연 독보적이기 때문에 '옥시 집중 수사'가 이뤄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언론이 미친 듯 옥시'만'을 쓰고 있다. '공공의 적'이 된 옥시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들추는 일도 언론의 역할일 수 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다. 애경, 롯데, 이마트, 홈플러스 등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다른 대기업은 언론이 보도하지 않고 있다. 옥시에 집중하는 그만큼, 언론은 다른 대기업을 봐주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언론은 검찰 수사 결과를 뒤쫓을 뿐 수사 방향의 문제점은 짚지 않고 있다. 검찰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PHMG, PGH를 제조한 기업만 조사하고 있다. 검찰이 다른 기업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어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언론은 검찰 수사 결과를 받아 적기 바빴다. 수사의 빈틈은 무엇인지, 문제는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애경은 1994년에 SK케미컬(당시 유공)이 제조한 CMIT와 MIT라는 화학 성분이 들어간 가습기 메이트를 2001년부터 판매했다. PHMG와 PGH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 수사는 피했지만 애경이 판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피해자를 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애경이 판 가습기 메이트에 의한 사망자는 27명이며 피해자는 총 128명이다.

이마트의 PB상품인 이플러스 가습기 살균제도 SK케미컬이 제조 공급했다. 물론 이 제품은 이마트가 소유권을 갖고 있는 제품으로 이마트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제조사인 SK와 판매원으로 이마트에 이 제품을 공급한 애경도 책임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검찰 수사 기록만을 뒤쫓는 언론의 관성적 태도는 시민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비판적 관점에도 걸림돌이 된다. 시민들이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래서 우리 사회에 팽배한 병폐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이야기다. 옥시만을 두고 진행되는 수사와 언론보도는 옥시만을 향한 불매운동 바람을 일으켰다. 그만큼 옥시로 대중의 시선이 쏠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가 한 기업만을 향할 때, 사회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다. 세월호 이후 어선과 여객선의 침몰이 그치지 않은 것과 같은 원리다.

검찰은 옥시뿐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된 모든 기업들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라며 '봐주기 수사'는 없어야 한다. 권력이 수사를 시작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수사의 방향을 정하는 건 언론의 몫이다. 수사결과만을 시민한테 전하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왜 한 놈만 때리냐'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때다. 세월호 이후 강조되고 있는 '안전한 대한민국'은 결국 언론이 만들 수 있는 사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태그:#가습기 살균제, #옥시,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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